이종국(65) 전 국립공주병원 원장은 우리나라 정신병원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이미 답이 나와 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했다. 책임 있는 주무부처가 좀 더 적극적으로 조정과 실행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이 전 원장은 4월17일 인권위 주최로 열린 ‘2026 정신의료기관 시설·환경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에서도 방청석에서 마이크를 잡고 ‘정신병원에 대한 국가의 책무와 공공투자’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던 터였다. 당시 토론회 사회를 맡은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이사장이 행사 종료 직전 그를 지목해 발언을 요청했다. 황 이사장은 “이제 퇴임도 하셨으니 속 시원히 말씀해달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 전 원장은 35년간 정신건강 공공의료의 현장을 지켜왔다. 국립공주병원은 국립정신건강센터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 정신의료기관 중 하나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 의대 졸업 뒤 1991년 정신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그의 첫 근무지는 공중보건의 3년 포함해 모두 6년을 근무한 충남 홍성의료원이었다. 이후 1997년부터 19년간 국내 최대규모로 꼽히는 사립 정신의료기관인 용인정신병원에서 일했고, 국립공주병원으로 옮겨 10년간 의료부장 및 병원장을 맡다가 지난해 7월 퇴임했다. 현재는 원진재단부설 녹색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으로 있다. 그는 정신장애 당사자들에게 애정과 존경을 받는 정신과 의사다. 조현병으로 12차례 정신병원에 입원하며 격리·강박 등 온갖 험한 일을 겪은 터라 “한국의 정신병원은 정신장애인의 생산공장”이라고까지 비판해온 이정하 정신장애와인권 파도손 대표는 한겨레에 “이종국 원장님은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제일 좋아하는 의사샘”이라고 말했다. 국립공주병원 재직 때 병원 핵심가치로 ‘당사자 인권’을 맨 앞에 놓았고, 실제 현장에서 그 가치를 실감했다는 게 입원 경험이 있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라고 한다. 지난 1월 법무법인 ‘바른’과 공익사단법인 ‘정’이 이 전 원장에게 제8회 바른 의인상을 수여한 것도 이러한 공로를 인정한 결과로 보인다. 이 전 원장을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국립정신건강센터 11층 라운지에서 만났다. 이날 11층 강당에선 ‘제2회 트라우마스트레스 국제협력 공동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공공 및 사립 정신병원 현장을 지켜온 원로 의료인에게 현실과 대안에 관한 솔직한 의견을 듣고 싶었다. 사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문제에 관해 실명을 걸고 말하기 난감해한다. 앞의 토론회 사회자처럼, 한겨레도 이 전 원장에게 “퇴임도 하셨으니 속 시원히 말씀해달라”고 요청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격리·강박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소한의 지침조차 지키지 않는 병원이 많다. . “춘천의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환자사망 사고가 알려진 이후 병원마다 격리·강박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격리·강박이 좋아서 일부러 하는 덴 아무도 없다. 개별 병원 오너에게 잘못이 있지만, 도덕적이고 인권적인 문제만 강조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같은 조건과 환경 아래서도 부산 다움병원처럼 시설과 인력 투자에 돈 쓰고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병원이 있는 반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환자가 죽어 나가는 병원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 원인을 살펴봐야 한다. 국가가 잘못하는 병원은 혼내고, 잘하는 병원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잘하는 병원은 수가를 더 줘야 한다. 아무리 시설과 인력을 많이 투자하고 프로그램을 많이 해도 수가에는 별 차이가 없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엄벌하기 전에 투자해야 한다. 병원들이 인력을 충분히 쓰고 시설을 쾌적하게 쓸 수 있으면 인권에 대한 마인드가 없더라도 인권문제가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훌륭한 정신병원으로 평가를 받아온 경기도 이천의 성안드레아병원 같은 곳은 몇 년 전 문 닫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2026~2030)을 발표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보고서를 2009년과 2021년에 낸 바 있다.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비자의 입원, 장기입원, 격리·강박 등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고 인권친화적으로 정신병원을 운영할 것과 지역 인프라 구축을 제안했다. 그러나 개선이 잘 되었나? 결국 국가가 투자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겉모습만 바꿔온 거다. 인권위에서 제안한 대책 중 힘들고 돈 드는 건 별로 안 하고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에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3차 정신건강복지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그동안 계속 논의되어온 것들에서 크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물론 꼭 필요하고 좋은 계획들도 많이 들어 있지만 선언적인 이야기에 그친 것들도 많아 아쉽다. ‘검토 중’이라는 내용도 많다. 예산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부족하다. 가령 ‘5년 뒤 인력을 늘리겠다, 자살률 낮추겠다’고 목표를 세우면 5년 뒤까지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1년 단위로라도 점검해서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달성이 안 되고 있으면 왜 안 되는지 분석해서 액션 플랜을 구체화해야 한다. 오답 노트를 써야 한다는 말이다. 틀린 문제를 계속 틀릴 수 없지 않나. 가령 자살예방의 경우 번개탄 등 자살수단 없애기 등 해결방안이 실행된 것도 있지만 여전히 안 되는 것도 많다. 제도와 수가 개선 등 답이 있는데 그거를 실천하면 된다. 사실 에이아이(AI)한테 ‘우리나라 정신병원 문제가 뭐야’라고 물어보면 쫙 알려준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답은 있고 그거를 실천하면 되는데, 실행 단계에서 여러 이유로 충분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용두사미로 끝나면 소용없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이고 ‘부뚜막의 소금도 넣어야 짜다’라는 말처럼 실제로 실행돼야 의미가 있다. 4월17일 인권위가 주최한 토론회에 나온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복지부 차원에서 할 수 없다. 국회가 해야 하고, 예산은 기획예산처가 해야 하고 인력은 행정안전부가 해야 한다’고 하더라. 우리가 언제 보건복지부 혼자 다 하라고 했나. 복지부가 나서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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