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없이 달려보라…들숨과 날숨이 들릴 것이다수정 펼침기사를 읽어드립니다[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24“현재에 집중하고 즐기라고 하는데 저는 그게 어려워요. 주말에 아내와 함께 모처럼 데이트를 하는데 제가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있더라고요. 밥을 먹으면서도 ‘커피를 마시러 가자고 하면 어디로 가지?’, ‘집에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등 다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었어요. 현재에 집중해야지, 다른 생각하지 말아야지 되뇌고 일부러 의식하지만 어렵기만 해요.”대부분의 사람들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한다. 달리면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달리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힘든 고비를 넘기려면마라톤을 달리면서 ‘42.195㎞ 중 이제 겨우 10㎞밖에 안 왔는데 나머지는 어떻게 뛰지?’, ‘숨차서 힘들지 않을까?’, ‘힘이 빠져서 나중에 페이스가 느려지면 어떻게 하지?’ 등 여러 가지 잡념과 불안에 사로잡히면 온전하게 기량을 다 발휘할 수 없다. 달리면서 숨차고 힘들다는 느낌이 조명되면서 달리기를 멈추거나 몸에 힘이 빠지면서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지금도 이렇게 힘든데 앞으로 얼마나 더 힘들까?’ 하는 생각으로만 마음속이 꽉 차게 된다. 남은 거리에 몰두하거나 ‘아 끝까지 할 수 있을까?’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으면 마라톤 완주가 벌칙처럼 느껴진다.그러나 달리고 있는 현재의 느낌에 집중하고 몰입하고 있으면 상대적으로 별로 힘들지가 않다. 정확히 말하면 힘이 들긴 하지만 멈추지 않고 유지할 수 있다. 숨이 차고 힘들어서 멈추고 싶을 때 힘들다고 말하는 나를 관찰하면서, 한 호흡, 한 호흡 깊게 들이쉬고 깊게 내쉰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에 집중하고 있으면 힘든 게 지나간다. 그렇게 두어 번 지나가고 나면 또 언제 힘들었나 싶을 정도로 더 가볍고 자연스럽게 달려지곤 한다. 고비라고 생각되는 순간 신체 감각과 함께 들어오는 생각을 관찰하여 마음을 다스리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달리면서 숨이 차고 힘이 들 때 고비를 넘기는 방법은 불신과 불안을 멈추는 것이다. 몸을 도약하며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로 공중에 띄웠다가 땅에 착지하는 반복되는 느낌에 집중한다. 왼팔과 오른팔을 앞뒤로 치는 느낌도 주시한다. 그렇게 오롯이 내 신체 느낌을 관찰하고 있으면 다른 생각이 쉽게 끼어들지 않는다. ‘힘들다, 멈추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오면 그 생각을 주시하며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묻고 ‘오늘 달리려고 지금까지 훈련했다. 힘든 느낌이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다. 지나갈 거다. 한 번 해보자’라는 답을 얻으며 한 발 한 발 내딛다 보면 어느덧 10㎞, 20㎞, 30㎞를 달리고 끝내는 42.195㎞에 도달하게 된다.음악 없이 달리는 이유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사찰에서 108배를 하며 몸에 아무런 힘이 남지 않고, 머리에 생각이 없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과 같다. 교회에서 소리를 크게 내어 마음 안의 것을 토해내어 기도한 후 느끼는 맑고 개운함과도 같다. 마음속 잡념, 걱정, 두려움이 사라져 머리는 맑아지고 마음은 넓어져 잔잔한 호수 같은 상태가 된다. 온전하게 마음을 들여다보고 운영하는 일이 달리기를 통해 좀 더 수월해진다. 또, 나를 고집하고 주장하는 마음이 가벼워지는 경험을 한다. 한발 물러서서 나를 둘러싼 전체 배경이 더 넓어지면서, ‘나’라고 일컬어지는 존재 ‘에고’를 주장하지 않게 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기도 한다.마라톤을 달리고 나면 분명히 고요하게 맑고 가벼워진 느낌을 누구나 경험할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충분히 만끽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달리기를 마치자마자 그동안 연락이 온 데는 없었는지 휴대폰을 확인하고 사진을 찍으며 잠시 찾아온 마음의 평화와 고요를 바로 놓치기도 한다. 그러면 달리고 나서 평화롭고 고요한 잔잔한 느낌보다는 달리면서 크게 느꼈던 숨찬 느낌이나 괴로움, 마치고 나서의 강렬한 희열과 기쁨만 기억되곤 한다.달릴 때 특히 좋은 점은 머리에 상쾌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나는 실내에서 달리더라도 보통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지 않는다. 달리면서 몸의 느낌을 인지하고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을 읽는다. 나에게 있어 달리기는 기도이고 명상이다.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알아채고 마음을 읽는 좌선 명상이 정적인 것에 비해 달리기는 팔다리를 지속해서 움직이며 몸의 움직임을 통해 마음의 생각을 읽는 동적 명상이 된다.업무를 하다 보면 동시에 여러 가지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수없이 주어진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멀티태스킹에 적합하게 설계되어 있지 않다. 뇌는 한순간에는 한 가지 작업만 처리할 수 있다. A, B를 한 번에 처리한다고 해도 결국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에 A와 B를 연속해서 하는 것을, A와 B를 동시에 처리하고 있다고 인지할 뿐이다. 우리는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고 하나씩 작업할 수 있다.“업무를 하는 중에는 유관 부서에서 요청이 들어오면 먼저 처리하느라 자연스럽게 먼저 제가 하고 있던 일이 미뤄져요. 어느 하나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로 머릿속에 해야 할 일과 대응해야 할 일들이 가득 차서 심란해져요. 퇴근해도 처리하지 못한 일이 남아서 머릿속이 복잡해요.”호흡을 주시하라주어진 일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마음을 짓누르면 가슴이 갑갑하고 숨이 자연스럽게 쉬어지지 않는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일을 다 해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럴 수 있다. 괜찮다. 스스로 마음을 안심시키고 진정시켜보자. 한 가지에,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보자. 현재에 집중하는 좋은 연습 방법은 호흡을 관찰하는 것이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들숨과 날숨을 주시해 보자.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고 다시 공기가 들어오고 나가는 느낌을 관찰하다 보면 어느새 뒤로 한발 물러서 진다. 현재 나에게 주어진 일들 중 우선 집중해야 할 일을 선택해 하나씩 처리하자. 우선순위에 맞추어 한 가지씩 할 수 있는 데까지 해결해 보자.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른 일로 넘어가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지금 여기에서 한 번에 하나씩만 생각하면 된다.

댓글 작성은 로그인 후 가능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