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유신정권의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인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에 연루돼 남편을 사형 집행으로 잃고 자신마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고 김태열씨의 아내 정아무개씨(89)가 법원에 낸 재심 신청이 최근 인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죄 확정 51년 만이다. 24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엄기표)는 지난 14일 정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육군 보안사령부 소속 수사관들은 (일반인인) 정씨를 수사할 권한이 없었는데도 정씨를 보안사 조사실로 연행해 조사하며 진술서를 작성하도록 해 타인의 권리행사방해죄를 구성한다”며 재심 사유를 인정했다. 정씨는 박정희 유신정권 때인 1974년 북한 지령을 받아 통혁당을 재건하려 한 혐의로 남편 김씨, 강을성씨 등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육군 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는 민간인 수사 권한이 없었지만 이들을 끌고가 불법 구금과 고문 등으로 허위 자백을 받았다. 김씨와 강씨에게는 사형이 선고된 뒤 형이 집행됐다. 정씨는 1975년 남편이 반국가활동한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같은 해 판결이 확정됐다. 앞서 정씨는 남편 김씨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지난해 12월 재심을 청구했다. 김씨의 재심을 맡은 재판부는 보안사령부 수사관들이 구속영장 없이 김씨를 강제 연행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역시 김씨 무죄 판결을 근거로 ‘정씨의 재심 사유가 인정된다’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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