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에 걸쳐 지적장애인 폭행 및 사망 사건이 발생한 울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지난해에도 지적장애인 환자가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한 직후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그동안 병원은 경찰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조사를 받으면서도, 해당 환자가 갑상선 질환으로 사망했다고만 주장해 왔다. 울산 반구대병원 폐쇄병동에서 2025년 2월7일 숨진 채 발견된 지적장애인 정아무개(사망 당시 29세)씨의 누나 ㄱ씨는 24일 한겨레에 “누워있는 동생의 머리와 얼굴을 옆 환자가 가격하는 장면이 담긴 폐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을 동생 사망 직후 울주경찰서에서 직접 보았고, 한참 뒤 경찰로부터 병원 관계자가 개입된 정황도 들었다”고 말했다. 시시티브이를 확인하는 자리에는 정씨가 10년 이상 생활했던 장애인거주시설의 대표도 함께 있었다고 한다. ㄱ씨는 또한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의 장애 상태와 부모가 없는 처지 등을 고려해 고소는 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 병원에는 책임을 묻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병원 책임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 수사는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정씨 사망 사건은 인권위가 지난 4월14일 반구대병원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추가로 밝힌 3건의 변사사건 중 하나다. 인권위는 병원장 김재민(67)씨 등을 업무상 과실치사혐의로 고발했으나, 추가 사건과 관련한 폭행 사실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 앞서 한겨레는 2022년 김도진(가명, 32)씨, 2024년 강아무개(49)씨 폭행·사망 사건과 병원의 방임 논란을 보도해왔다. 인권위의 반구대병원 직권조사 결정문에 따르면, 병원은 정씨 사망 경위에 대해 “오후 5시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던 중, 5시46분께 간호조무사에 의해 ‘엎드려 누운 채 입술 주위에 청색증이 나타난 상태’로 발견됐다”며 “인근 서울산보람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무호흡·무맥박 상태였고, 심폐소생술에도 호전이 없어 당일 오후 6시40분께 상세불명의 심장정지 진단을 받고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응급 이송된 병원에서 판정한 ‘상세불명의 심정지’는 반구대병원에서 주장하는 ‘갑상선 질환’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당시 부검도 진행되었으나, 폭행이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없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망 직전 다른 환자의 폭행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가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ㄱ씨가 경찰 수사팀가 통화한 녹취록을 보면, 경찰 관계자는 “병원 관계자가 좀 불편한 행동이 확인된다”, “병원 쪽이 동생한테 조금 잘못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초기 수사를 담당한 울주경찰서 수사팀이 아닌, 지난 4월부터 재수사를 시작한 울산경찰청 관계자가 꺼낸 말이다. 이와 관련 해당 사건을 재수사 중인 울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피해자가 사망 직전 다른 환자들과 접촉이 있었다”면서도, 병원 관계자의 구체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시시티브이 분석 등을 통해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현재 울산경찰청 광수대는 이 병원에서 불거진 중증 지적장애인 폭행·사망 사건과 관련해 4개팀 20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는 병원이 정씨 사망 직전 당한 폭행을 은폐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폭행 및 은폐 정황이 드러날 경우, 초기에 병원 수사를 종결지었던 경찰에 대한 부실수사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반구대 정신병원 공동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는 조인영 변호사(공익인권법재단 공감)는 “기존 두 건 외에도 폭행 직후 사망한 또다른 사건이 있었다니 충격적”이라면서 “병원이 이를 숨기고 갑상선 질환으로 사인을 은폐했다면 병원장·의료진·행정직원 등의 공모범죄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ㄱ씨에 따르면, 피해자 정씨는 2012년 3월부터 충남의 한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해 생활하다 행동 장애 문제가 심해져 2024년 7월 울산 반구대병원에 입원했다. 정씨는 지적장애뿐 아니라 자폐 장애도 갖고 있다. ㄱ씨는 “동생이 몸이 불편했지만, 신체적으로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이상 징후는 없었는데 입원 7개월 만에 갑자기 갑상선이나 심정지로 사망하는 게 가능한지 납득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동생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모른 채 넘어간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고 했다. 부산의 사회복지법인 동향원이 운영하는 반구대병원은 1996년 효정재활병원으로 개원해 2013년 이름을 바꾸고 정신의료기관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동향원 내 반구대병원을 비롯해 동연요양원·동원재활원 등 시설은 울주군 두동면에 있으나 법인 소재지는 부산이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3일 기준 환자 202명이 입원해 있으며 이중 63.8%에 이르는 129명이 발달장애인이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환자는 98명(48.5%)으로 입원환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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