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공약은 주민이 바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다. 부르면 오는 버스 한대처럼.’(충남 아산시의 한 유권자) 6·3 지방선거를 맞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연 ‘희망공약 제안’ 이벤트에 접수된 의견이다. 비수도권에서 나온 제안(172건)의 상당수는 ‘학생 전용 통학버스 도입’(공주시), ‘응급의료-교통 통합 안전망 구축’(경주시) 등 삶과 밀착한 주제였다. 각 정당도 지역불균형 해소를 위한 선거 정책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10대 정책’ 1순위로 지역 균형발전을 내세웠다. 광역 지방정부를 통합한 ‘5극3특’ 체제를 완성해 지방주도성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지역 경제를 키우기 위한 ‘규제 철폐’를 강조한다. 지자체장이 기업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에 예외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다. 생활 밀착형 공약과는 거리가 멀다. 정의당은 ‘전국 어디서든 살 만한 지역 만들기’라는 목표 아래 대중교통 전면 무상화 등을 공약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구연구센터장은 “그동안 지방선거에서 도로, 산업단지 등 인프라 확장을 위한 공약 경쟁을 했다면 이번에는 (지역에서 계속 감소하는)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도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선거운동이 본격 시작되자, ‘반도체 산업단지’를 어느 지역에 지을 것인가를 둘러싼 논란 등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주요 정당에서 내세우는 지역불균형 문제의 해법이 대규모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이나 대기업·공공기관 유치와 같은 기존 ‘논의 틀’ 안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만 만들면 오히려 지역 인재가 (수도권으로 출퇴근해) 유출되는 ‘고속도로’가 될 수도 있다.”(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지역을 살리려면 ‘하드 인프라’만 건설해선 안 된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기업의 연구개발 인력이 지역에 가서 살 수 있도록, 지역 대학과 연계한 연구 클러스터 설계, 양질의 주거 공간 제공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구사회학자인 계봉오 국민대 교수는 “지방소멸 문제의 출발점은 비수도권의 ‘인력 부족’과 ‘인프라 부족’이 서로를 심화시키는 악순환 구조에 있다”고 본다. 결국 의료·교육 격차 등의 여건이 나아지지 않으면 사람이 지역으로 이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계 교수는 “선거 기간이라도 소멸 지역들 사이에서 ‘(제한된 전체 인구) 나누기’ 식의 경쟁을 하기보단,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예랑 ▶취재 내용을 생생하게 담은 기사와 사진과 영상 등을 담은 디지털 인터랙티브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5회 ‘지역 살리기’ 약속의 빈틈 바로가기 https://campaign.hani.co.kr/regional-extinction-crisis-par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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