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전기·물 먹는 AI 데이터센터, 이렇게 마구 늘려도 괜찮은 걸까요? “챗지피티에게 질문 한 번 할 때마다 생수 한 병이 사라진다” “챗지피티에게 ‘감사합니다’라고 답만 해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말입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확산하면서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물 사용 문제가 기후위기를 앞당긴단 뜻이죠. 왜 이런 말이 나오는 걸까요. 인공지능 산업이 빠르게 커지면서 이를 떠받치는 데이터센터도 폭증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인터넷과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초대형 컴퓨터 공장’입니다. 일반 데이터센터는 이메일·웹서비스·영상 저장 같은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특화된 시설입니다. 일반적인 포털 검색이 일반 데이터센터를 움직인다면, 생성형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가동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데이터센터가 막대한 양의 ‘전기·물 먹는 하마’라는 점입니다. 24시간 항상 전원이 켜져 있고,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려 물을 이용한 냉각 장치가 함께 돌아갑니다. 게다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기를 씁니다. 인공지능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려면 고성능 반도체(GPU) 수천~수만개를 동시에 돌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약 5테라와트시(TWh)였는데, 2027년엔 14.8TWh까지 늘어날 전망입니다. 4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하는 셈으로, 서울시 전체 연간 전력 사용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규모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24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력 수요는 향후 5년 동안 총 420TWh 이상 증가할 전망”이라며 “데이터센터가 급격하게 늘면서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수요 증가분의 절반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량도 만만치 않습니다. 서버의 열을 식히려 물을 순환 냉각시키는데(수랭식),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삼성에스디에스·엘지씨엔에스·에스케이브로드밴드 등 국내 주요 아이티 기업 5곳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사용한 물의 양이 2024년 기준 22억4400만리터입니다. 인구 140만명대인 광주나 대전시가 1년 동안 쓰는 물의 양(16억리터)보다 많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진흥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데이터센터를 더 빨리 짓도록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입니다. 행정기관이 일정 기간 안에 허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으면 자동 승인된 것으로 보는 ‘타임아웃제’도 포함됐습니다. 하지만 기후·환경단체들은 우려합니다. 데이터센터가 얼마나 많은 전기를 쓰는지, 전력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충분한 검토 없이 ‘진흥’만 강조한단 겁니다. 특히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나 ‘지산지소’ 원칙(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우선 사용)이 법안에 명확히 담기지 않은 것도 논란입니다. 현재 국내 전력 생산은 절반 이상 석탄·가스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수록 탄소 배출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죠.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대응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데이터센터는 대부분(약 77%)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12%, 경기는 62%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면, 전남은 213%입니다. 결국 지방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이 끌어다 쓰는 구조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데이터센터의 전력·용수 부담을 줄이려 건설을 제한하거나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아일랜드도 2028년까지 전력망 부담이 쏠린 더블린 인근에 신규 데이터센터를 연결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는 2019년부터 3년간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을 중단하고, 이후에는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공급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내 아이티기업 5곳의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율은 6% 수준에 불과합니다. 네이버의 경우 국내 풍력발전 기업과 재생에너지 직접 전력거래계약을 맺고 발전소 지분을 인수하기도 하지만, 아직 변화가 더딥니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 시대에 데이터센터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의무화하고, 수도권 집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쏠림이 심화하면 탄소배출량이 더 늘고, 더 많은 송전망이 깔려야 하는 구조”라며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분산 전략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결국 기후위기 시대 데이터센터와의 공존은 ‘얼마나 빨리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전기로 어디에 구축할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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