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28)가 무서운 기세로 메이저리그(MLB) 타격왕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7일(한국시각) 시카고 컵스와 방문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1도루 1득점을 기록한 그는 시즌 타율을 0.324(OPS 0.808)까지 끌어올렸다. 규정 타석을 채운 빅리그 전체 타자 가운데 4위(내셔널리그 3위)다. 그보다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인 MLB 선수는 브랜던 마시(필라델피아 필리스), 오토 로페스(마이애미 말린스), 얀디 디아스(탬파베이 레이) 세 명뿐이다. 정작 이정후 본인은 들뜨지 않고 차분하다. 이정후는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타격왕은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된다. 지금 당장은 기뻐하지 않겠다”면서 “지금처럼 꾸준히 좋은 타격을 이어가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많이 달랐다. 지난달 14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전까지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265였다.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였다. 그러나 이후부터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7일까지 14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이어가면서 타율을 수직 상승시켰다. 이 기간 타율은 무려 5할(54타수 27안타)에 이른다. 두 번 타석에 들어서면 한 번은 안타를 쳤다. 디애슬레틱은 “이정후는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버스터 포지가 2014년 8월28일부터 9월13일까지 14경기에서 27안타 이후, 샌프란시스코 선수로는 14경기 기준 최다 안타 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놀라운 점은 이정후의 상승세가 부상 이후에 나왔다는 사실이다. 이정후는 지난달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허리 통증을 느꼈고 결국 10일짜리 부상자 명단(IL)에 올랐다. 대부분의 선수는 이 시기에 타격 감각을 잃는다. 실전 타석을 소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는 다른 방법을 찾았다. 그는 휴식 기간 트라젝트 아크(Trajekt Arc)라는 최첨단 피칭 머신을 활용해 동체 시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 투수의 투구 데이터를 재현하는 장비 앞에서 배트를 휘두르지 않은 채 공의 궤적만 쫓았다.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구분하는 훈련을 반복했다. 몸은 쉬더라도 눈은 쉬지 않은 셈이다. 이정후는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KBO리그 시절에도 슬럼프가 오면 영상을 보며 스스로 문제를 찾아 수정하는 스타일이었다. 자신의 문제를 감각에만 맡기지 않고 분석하고, 확인하고, 수정한다. 최근 타격 상승세는 우연보다는 준비의 결과에 가깝다고 하겠다. KBO리그를 평정했던 천재적인 콘택트 능력이 쉼없는 노력과 맞물리면서 메이저리그에서도 꽃 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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