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고소득 국가들만의 문제라는 것은 흔한 오해입니다. 2050년이면 노인 인구의 약 80%가 개발도상국에 거주할 걸로 예측됩니다. 전세계가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지만, 정작 ‘좋은 노인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국제적 기준은 그동안 없었습니다.” 장효범 세계보건기구(WHO) 의무전문관은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세계보건기구가 최근 ‘국제 장기요양 표준’을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는 5월 표준안 초안을 공개하고, 각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국제기구가 ‘노인돌봄’의 기준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보건기구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노인 장기요양과 건강노화 관련 업무를 맡은 장 전문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2일 개최한 ‘2026 건강보험 글로벌 포럼’과 표준안 초안 관련 국내 의견을 듣는 간담회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표준안은 올해 말까지 의견 수렴과 수정을 거친 뒤 2027년 최종 발표될 예정이다. 267쪽 분량의 표준안은 시설·공급자 중심의 돌봄을 넘어, 노인의 욕구나 상황이 맞는 곳에서 존엄과 자율성, 선택권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가족 등 무급 돌봄자를 지원받아야 할 당사자로 보는 동시에 돌봄 노동 인력의 전문성과 처우 보장도 강조했다. 돌봄 정책을 제공하는 국가의 관리·감독 체계 확립, 재정 구조 마련 등도 핵심 과제로 꼽았다. 장 전문관은 “이번 표준안이 각국 정부와 돌봄 현장이 참고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라고 설명했다. 표준안 개발을 주도한 그는 “나라마다 제도와 발전 수준이 다른 만큼 시설당 인력이 얼마 있어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 숫자를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돌봄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기대할 수 있어야 하고, 돌봄 정책을 운영하는 주체나 국가는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추도록 하자는 큰 틀의 표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표준안엔 가족 등 무급 돌봄 제공자와 돌봄 노동자 문제를 각각 별도의 장으로 다뤘다. 노인돌봄의 책임을 더는 가족의 헌신 등에만 기대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장 전문관은 “무급 가족 돌봄자는 전세계 어디서나 존재하며 큰 부담을 떠안고 있다. 너무 비공식적인 영역에 있어 사회·경제적 비용 측정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당장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더라도 가족 돌봄자도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 노동의 일자리 질 개선도 언급했다. 장 전문관은 “돌봄 노동이 저임금·불안정 일자리이고, 전문성과 자율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구조에서는 좋은 돌봄이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며 “돌봄 노동의 좋은 일자리 전환은 세계적으로도 필요한 논의”라고 밝혔다. 장 전문관은 표준안에 비춰 올해 3월 전국 시행에 들어간 한국 통합돌봄에 대해 “방향성은 맞다”고 평가했다. 살던 집,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을 강화하고 의료·요양·돌봄 서비스의 분절을 극복하려는 흐름은 세계보건기구가 지향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뜻이다. 그는 국내 의견 수렴 과정에서 핵심 과제로 꼽힌 ‘돌봄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특히 강조했다 “돌봄 이용자가 일일이 찾아나서지 않아도 필요한 서비스가 엮이도록 연결·조정하는 전담 인력과 체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아야 통합돌봄이 현장에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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