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꺄르르륵” 웃음소리가 들리자, 현장에 있던 수많은 취재진이 귀를 쫑긋했다. 북한 여자축구 클럽팀으로는 처음으로 남한에 온 내고향여자축구단(내고향)은 지난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훈련을 15분간 공개했는데, 예상외로 화기애애했다. 같은 날 오전 기자회견장에서 무표정했던 분위기와 달랐다. 자신들을 지켜보는 취재진을 흥미롭게 바라보기도 했다. 북한 젠지세대(1997~2011년생) 선수들의 해맑은 모습에 “내가 상상했던 북한 선수의 모습과 달라서 놀랐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고향과 수원FC 위민의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20일) 맞대결로 남한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가 8년 만에 성사됐다. 내고향은 북한 클럽 팀 최초로 이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17일 방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23년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남한에서 남북 맞대결은 처음이다. AFC의 요청이 있었다고는 해도 북한은 지난해 용인서 열린 동아시안컵에 불참했기에 이번 방남을 스포츠 교류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보기도 한다. 분단 이후 남북은 스포츠 교류(남한과 북한에서 진행된 경기)로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다. 1990년 10월 남북 통일축구대회는 분단 이후 남북 선수가 직접 맞붙은 사실상 첫 실전 경기로, 1990년 평양과 서울, 2002년 서울, 2005년 서울에서 진행됐다. 1999년 남북 통일농구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국제 대회에서는 단일팀을 구성해 ‘한겨레’로 맞서기도 했다. 1991년 일본에서 열린 지바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대표적이다. 분단 이후 사상 처음으로 ‘코리아’(KOREA)라는 이름의 단일팀이 결성됐다.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가 이끄는 여자 남북 단일팀은 세계 최강 중국을 꺾고 단체전 우승을 합작했다. 남한과 북한은 물론, 일본 속 한국인들까지 열렬히 응원하는 등 당시에는 이 대회가 평화의 상징처럼 비치기도 했다. 스포츠 교류는 남북 긴장 및 경색국면에서도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계기도 됐다. 남북 관계 긴장이 고조됐던 2018년, 평창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여를 결정하면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됐다. 평창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나고 한두 달이 지나 3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2018년에는 단일팀 결성이 활발했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여자 농구, 카누, 조정), 인천세계탁구선수권대회(혼합복식) 등에서도 단일팀으로 나섰다.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카누 단일팀이 500m에서 우승하며 단일 종목이 아닌 종합 국제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북 관계가 좋았던 2000년 시드니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하기도 했으나,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 회담 결렬, 2023년 적대적 두 국가 선언 등 여러 이유로 남북관계가 식은 이후 스포츠 교류도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내고향 선수단은 지난 17일 인천공항으로 입국 당시 우리 당국이 승인한 방남증명서 외에 여권을 제시하는 등 철저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리유일 감독은 남북 공동응원단에 대해 “우리가 상관할 문제는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8년 만에 남한 땅에 울려 퍼진 북한 젠지 세대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얼어붙은 남북 관계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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