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혐오를 방치·조장하는 누리집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강경 대응을 시사하면서,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등의 반사회적 혐오 표현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밈(meme)의 형태로 진화한 혐오 표현을 직접 제재하는 ‘숨바꼭질식 접근’은 한계가 있는 만큼, 20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공적 영역으로의 혐오 확산을 막는 것부터 사회적 논의의 출발점을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 대통령은 당선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국무회의 등에서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지난 24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조롱 논란 기사를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공유하며 “엄격한 조건하에 조롱·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과 일베 같은 사이트의 폐쇄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는 혐중 발언과 집회를 겨냥해 “혐오 표현에 대한 처벌 장치를 속히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문제의식에 ‘의미가 있다’면서도, 이미 일상의 ‘놀이문화’로 스며든 혐오 표현 전부를 법적으로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을 만들려면 ‘과잉금지·명확성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구체적인 표현 내용을 금지할 수밖에 없다”며 “법을 우회해 진화하는 조롱을 규제하는 건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짚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도 최초 입법 단계에서는 5·18에 대한 ‘부인·왜곡·날조·비방·폄하’ 등을 폭넓게 처벌하려 했지만, 이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우려로 ‘허위사실 유포’로 범위를 한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선순위가 혐오 ‘표현’을 일일이 단죄하는 것보다, 실질적인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작용 우려가 큰 혐오 표현 규제에 앞서, 20년째 표류 중인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은 그동안 국회에서 10여차례 발의됐지만,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에 밀려 논의도 못 한 채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차별금지법은 고용·교육 등 공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규제하는 법이다. 일터나 학교처럼 시민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공간에서 혐오 정서가 실질적인 불이익이나 괴롭힘으로 확산하면, 법적 제재로 이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교육·고용 등 공적 영역에서 발생하는 실질적인 차별 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는 물론, 악의성이 인정될 경우 민사상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물릴 수 있다. 혐오에서 비롯된 차별 행위를 사회가 용인하지 않는다면, 한 뿌리에서 나온 혐오 표현 역시 용인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한희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는 “차별금지법이 직접적으로 광범위한 혐오 표현을 규제하는 법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행동의 최저선을 명확히 한다는 점에서 인터넷에 떠도는 밈이나 혐오가 공공 영역으로 번지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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