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생은 저에게 평생 아기 같았습니다. 자라면서 덩치가 커지고 가끔 몸싸움할 때도 있었지만, 저한테는 늘 초등학교 때 손잡고 항상 같이 등교하던 그 동생이었습니다. 나이 먹어서 반구대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도 면회 가서 같이 손잡고 산책했고, 좋아하는 동요 영상 틀어주고 간식 챙겨주면 허겁지겁 잘 먹었습니다. 밥 먹을 때 반찬 올려주면 싹싹 다 먹고, 입에 묻으면 내가 닦아주거나 ‘입 닦아야지’ 하면 자기가 쓱쓱 닦는 것도 귀여운 아기 같았습니다. 기분 좋으면 막 웃으면서 뛰고, 제 말이면 다 들어주던 아이였습니다.” 정옥경(가명, 31)씨가 한 살 터울의 연년생 동생 정민철(가명, 사망 당시 29살)에 관해 말했다. 동생은 충남의 한 소도시에서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 정신지체장애 1급 판정(현 중증 지적장애)을 받았다. 자폐장애도 함께였다. 엄마는 그때 많이 울었다. 동네 슈퍼에서 아무 물건이나 집어오는 등 이상한 행동 빈도가 잦아졌으나 맞벌이하는 부모의 돌봄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중학생 때인 2012년 3월 지역 인근 장애인거주시설에 입소했다. 세월이 10년 넘게 흐른 뒤 여기서도 돌보기가 버거운 형편이 되자 마지막으로 향한 곳이 정신병원이었다. 그리고 그 병원에서 7개월 만에 주검이 되어 나왔다. 지난해 2월7일 민철씨가 울산 반구대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이 처음 드러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를 통해서였다. 인권위는 지난 4월14일 반구대병원 직권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겨레 등이 보도한 이 병원에서의 2022년·2024년 지적장애인 폭행·사망 사건 외에도 3건의 추가 변사사건이 더 있다고 밝혔다. 민철씨의 죽음은 그 3건 중 하나였다. 인권위는 민철씨가 당일 오후 5시께 “‘엎드려 누운 채 입술 주위에 청색증이 나타난 상태’로 발견되었고, 응급 이송 병원에서 ‘상세불명의 심정지로 인한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했지만, 폭행을 당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 옥경씨는 동생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울주경찰서에서 동생이 다른 환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봤고 경찰이 가해자에 관해 언급했다는 사실을 한겨레에 제보했다. 폭행 과정에서 있었던 병원 관계자의 잘못에 관한 경찰 설명을 들었다는 증언도 했다. 언론에 보도된 기존 2건의 지적장애인 폭행·사망 사건에 대해 책임을 부정해온 반구대병원은, 민철씨 사건과 관련해서도 ‘갑상선 질환’이 사인이라고만 주장했다. 갑상선 질환과 사망과의 구체적인 인과관계는 설명하지 못했다. 이 사건은 현재 울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재수사 중이다. 한겨레는 25일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옥경씨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부모가 3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나 현재 민철씨의 직계 가족은 누나인 그가 유일하다. 또한 민철씨를 10년 이상 곁에서 돌본 장애인거주시설 ㄱ대표(40대)도 인터뷰했다. 옥경씨는 ㄱ대표에 대해 “우리 가족과 다름없다. 사망 당시 경찰 조사받을 때도 제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었다”고 했다. ㄱ대표는 민철씨가 반구대병원 입원 과정에서 사실상 보호자 역할을 했고, 입원 뒤엔 매달 면회를 가거나 한 주에 2~3번씩 반구대병원 의료진과 소통하며 상태를 체크해왔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민철씨가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된 경로를 되짚어본다. 민철씨의 죽음은 정신병원을 마지막 선택지로 삼을 수밖에 없는 최중증 발달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옥경씨는 부모가 세상을 떠난 3년 전부터 외국에 거주하고 있다. 동생의 사망 소식을 들은 것도 현재 거주하는 나라에서였다. 반구대병원으로 간 마지막 면회는 2024년 9월이었다. 입원한 지 두 달만이었다. “동생은 이미 너무 야위어 있었고 기력이 없어 보였어요. 폐쇄병동이고 약기운 때문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속상했어요.” 옥경씨가 본 시시티브이에서 동생은 힘없이 누워있었다. 누워있는 민철씨를 향해 옆에 있는 환자가 얼굴과 머리를 때렸다. 지난 4월 인권위가 발표한 반구대병원 직권조사 결정문에는 “민철씨가 사망하기 10여일 전인 1월26일부터 전신 컨디션이 저하된 상태였고, 이후 내내 누워있으려고만 해 간호사가 뉴케어(환자용 두유)를 섭취하게 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ㄱ대표는 “약물이 바뀌면서 민철씨가 계속 축 처져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할 때에도 정신과 외래진료를 통해 행동조절제, 뇌전증약 등을 복용해왔지만, 반구대병원으로 옮기면서 이전에 쓰던 것과는 다른 약물을 더 많이 쓰고 용량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민철씨는 병원에 간 뒤 자기통제력이 극도로 약화했다. 시설에 있을 때도 가끔 옷을 입은 채로 소변을 보았지만, 기저귀를 채울 정도는 아니었다. 반구대병원에서는 아예 기저귀를 내내 차고 있어야 할 정도까지 됐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환의를 벗거나 소변 실수가 잦다는 이유였다. 그렇다면 민철씨는 왜 전국의 정신병원 중에서 하필 거주하던 시설과 먼 울산의 반구대병원으로 갔을까. ㄱ대표는 “받아주는 곳이 반구대병원밖에 없었다”고 했다. 실제 이 병원은 입원이 어려운 중증 발달장애인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라 하여 ‘끝병원’이라 불린다. 말을 거의 하지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고 시공간 개념이 없는 민철씨는 시설에서 나이를 먹을수록 힘이 세지면서 제어하기가 힘에 부쳤다는 게 ㄱ대표의 이야기다. 여름이면 차량 뒤에 몰래 누워있거나 부패한 음식을 먹어치워 본인을 위험에 빠뜨렸고, 남에게 폭력을 쓰려 하거나 옷을 벗는 일이 잦아졌다. 변기에 옷을 넣어서 막히게 하는 일에 집착을 보이기도 했다. 3년 전 세상을 떠난 부모가 더 이상 면회를 올 수 없게 된 일도 악영향을 끼쳤다. ㄱ대표는 누나 옥경씨와 상의해 가정법원을 통해 민철씨의 정신병원 입원 판결을 받았다. 직계가족이 1명이라 정신건강복지법상 보호입원 요건을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주 장애인 30명에 돌봄 전담 생활지도원이 17명인 자신의 시설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는 판단이 섰다. 한데 정신병원 입원도 쉽지 않았다. 정신과와 내과 외래진료를 보던 대전의 한 정신병원에 입원했으나 3일 만에 강제퇴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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