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에 사람이 살아야, 지역을 살릴 수 있다. 살게 하는 조건도, 살기 싫은 이유도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지역불균형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한겨레 디스토리팀이 충남 태안에서 만났던 201명 가운데, 주민 6명에게 ‘지방선거에 바라는 공약’을 물었다. 이들의 바람은 크게 세가지다. 교통·의료·문화시설 등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정주여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의 일자리, 에너지 산업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모두 ‘구체적인 삶’이 닿아 있는 문제들이다. 태안읍에서 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며 두 아이를 키우는 윤혜린(28)은 “제일 시급한 건 응급실”이라고 말한다. 아이가 밤에 고열이 나서 태안보건의료원 응급실에 갔더니 “서산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낮엔 태안에서 유일하게 소아과 진료가 가능한 곳이지만, 밤엔 소아 응급 상황 대처가 어렵다. 태안에서 국어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가덕현(66)은 “유명 가수 초청이나 단기 이벤트 등에만 지역 문화 예산을 크게 쓰기 때문에” 지역의 문화·예술이 정체돼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청년 예술인이나 지역 문화단체를 키우는 공약을 바란다. 태안군 남면에 사는 성일순(74)의 하루에서 가장 힘든 건 ‘이동’이다. 버스를 타는 게 “제일 고통”이다. 인공관절로 대체한 무릎과 부러졌던 허리를 부여잡고 “수십번 쉬었다” 가야 해서다. 80살 이상 노인 중 일부에겐 군이 무료로 택시를 탈 수 있도록 지원(‘희망택시’ 사업)해주지만, 성일순은 지원 대상이 아니다. “장애인 이동 차량처럼, 차만 좀,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 ‘수요 응답형 버스를 확대하겠다’(강철민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도가 태안군수 후보자들의 5대 공약 중에서 교통 약자 관련 유일한 약속이다. 최소한의 정주여건을 확보할 수 있으려면 역시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박슬기(37)는 생각한다. 태안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한다. 고등학교 친구들은 취업한다며 하나둘씩 떠났고, 박슬기가 가장 오래 태안에 남아 있었다. 그는 2024년 결혼을 앞두고 태안을 떠나, 내포신도시로 이주했다. “발전소 폐쇄가 확정됐잖아요. 일할 기업 자체가 없으니까 결국에는 (청년들도) 딴 데로 갈 수밖에 없죠.”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충남지사 후보들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대책으로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박수현 더불어민주당 후보), ‘해상풍력단지 조성 및 주민 이익 공유’(김태흠 국민의힘 후보) 공약을 내놨다. 기존 발전소 노동자들의 고용 승계나 신규 일자리 창출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은 없다. 석탄화력발전소 5㎞ 이내에 있는 원북면 황촌2리 이장 김선화(53)는 석탄화력발전소가 남긴 피해 흔적에 후보자들이 관심 가져주길 원한다. “주민들 건강 조사 때마다 (1급 발암물질인) 비소 수치가 높게 나오지만 아무런 대책이 없어요.” 충청남도가 발전소 인근 주민들에 대해 2013년부터 건강영향조사를 진행한 결과, 암 발생률과 중금속 수치 등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지만 발전소와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관련 건강 조사 사업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선거에선 ‘장밋빛 미래’만 언급되는 신규 에너지 산업도 주민들에겐 아직 딴 세상 얘기다. 소원면 파도리 어촌계장인 최장열(55)은 해상풍력단지가 조성되면 어민들의 피해가 커질까 봐 걱정한다. “(풍력발전기) 날개 하나만 돌아가도 그 진동에 물고기가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2022년 지방선거 때 가세로 현 태안군수는 해상풍력을 통해 나온 수익금을 모든 군민에게 연간 100만원씩 나눠 주는 ‘신바람 연금’을 공약했다. 하지만 공약은 실행되지 않았다. “이미 허황된 약속에 한번 속았거든요. 임기 안에 이룰 수 있는 게 공약이지.” 이번 선거에 나온 태안군수 후보들의 5대 공약엔 해상풍력 관련 내용은 빠져 있다. 태안(충남)= ▶취재 내용을 생생하게 담은 기사와 사진과 영상 등을 담은 디지털 인터랙티브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5회 ‘지역 살리기’ 약속의 빈틈 바로가기 https://campaign.hani.co.kr/regional-extinction-crisis-part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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