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6명의 사상자를 낸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는 다리 아래로 일반 도로와 케이티엑스(KTX) 철로가 교차하는 도심의 핵심 구간이라는 점에서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철거 과정의 공정상 부실 의혹 규명과 함께 사전에 구조물 침하 같은 이상 징후가 감지됐음에도 안전 진단을 명분으로 무리하게 전문가들을 진입시킨 것이 아닌지 책임 소재를 가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서울시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서소문고가차도는 1966년 개통된 왕복 4차선 도로로, 정밀 안전진단에서 ‘디(D) 등급’을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철거 공사(공정률 89%)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고의 전조는 이날 새벽 철거 작업 중 나타났다. 새벽 1시30분부터 2시30분까지 상부 슬래브(콘크리트 판)를 절단하던 도중 구조물이 약 2.9㎝가량 주저앉는 단차가 발생해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전문가 등을 소집해 안전진단에 나섰다. 그러나 현장 점검이 시작된 지 30분 만인 오후 2시30분께 고가차도 일부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져 내렸다. 소방당국은 현장관리소장 등 사망자들이 슬라브와 공중 비계(파이프 구조물) 사이, 거더(받침대)로 지지된 높이 80㎝의 비좁은 내부 공간에 진입해 상태를 점검하다가 거더가 붕괴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사고 당시 고가차도 아래 차량에 탑승했던 감리단장도 붕괴된 구조물에 깔린 뒤 구조됐으나 끝내 숨졌다. 이 밖에도 서울시와 서대문구 공무원 등 3명이 머리와 허리 등을 다쳤다. 사고 현장 주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황선재(60)씨는 “갑자기 천둥이 치는 줄 알고 나가 보니 이미 고가가 무너져 있었다”고 말했다. 주변 식당 주인인 김임희(68)씨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 점심시간이었으면 인명 피해가 훨씬 컸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전문가들은 철거 공정상 정해진 순서를 지켰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짚었다. 이석종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 부회장은 “해체는 시공의 역순으로 슬래브를 먼저 제거한 뒤 받침대를 없애는데, 이 과정에서 받침대 혼자 하중을 버텨야 하는 위험한 순간이 생긴다”며 “사전에 단단히 조처를 하고 절단 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 순서가 지켜졌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최명기 한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절단시 상부에서 크레인 와이어로 구조물이 떨어지지 않게 지지해야 한다”며 “사전 침하 계측이 제대로 됐는지, 안전관리계획서대로 이행했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침하가 확인된 위험 지역에 안전 진단 인력이 충분한 준비 없이 진입한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과 교수는 “육안으로 봐도 지지대가 약해진 상태였는데 전문가들이 그냥 들어갔다”며 “현장 진입 전 위험성 평가나 사전 외관 진단 절차가 누락되진 않았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소문고가차도 밑으로는 일반 도로와 보도는 물론 경의중앙선 전철과 케이티엑스가 지나는 철로가 있다. 붕괴된 도로가 차량이나 열차를 덮치는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었던 셈이다. 이날 사고로 서울~수색역을 오가는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50여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에 착수했고, 고용노동부도 중앙·지역산재수습본부를 꾸려 사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도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철도시설 복구 등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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