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귀가하던 17살 여성이 일면식도 없던 20대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등 여성살해 사건이 잇따르자 6·3 지방선거 후보들도 앞다투어 ‘골목길 야간 조도 개선’, ‘엘이디 보안등 교체’, ‘새벽 귀갓길 버스 운영’ 등 안전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해당 대책들은 여성살해 범죄를 ‘어두운 밤길에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범죄’로 축소하고 친밀한 관계에서 주로 일어나는 여성혐오범죄 실태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겨레가 서울·경기·부산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양당 후보 6명으로부터 받은 여성·성평등 공약을 종합하면, 6명의 후보는 모두 여성 공약으로 ‘길거리 안전’ 또는 ‘원스톱 지원센터 기능 강화’ 등의 공약을 내놓았다. 2022년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살인미수 사건,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2023년 서울 신림동 공원 살인 사건, 2026년 경기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이 최근 4년간 연이어 벌어지면서 후보들도 여성 공약에 안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성평등가족부 2025년 여성폭력통계를 보면 2024년 친밀한 관계 살인·치사 범죄자는 219명으로 2023년보다 6.8% 늘었다. 그러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가 내놓은 여성 공약은 주로 ‘밤길 안전’을 살피는 공약에 치우쳐 있었다. 오 후보는 여성·청년 1인가구 밀집 지역의 골목길 야간 조도 개선, 엘이디 보안등 교체 등을 내걸었고, 박 후보는 새벽 귀갓길을 위한 오후 11시~오전 5시 ‘안심버스’와, 정류장부터 집까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실시간 보호를 공약했다. 어두운 밤길의 조명을 밝히고, 새벽에 탈 수 있는 버스를 늘려 여성폭력을 예방하겠단 뜻이다. 그동안 일어난 여성살해 범죄의 원인을 ‘어두운 밤 길거리’로 분석한 결과다. 이에 대해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어두운 밤길에서 일어나는 젠더폭력은 아주 일부”라며 “많은 젠더폭력이 친밀한 관계에 의해 일어난다는 것이 꾸준히 실증돼왔음에도 ‘골목길 조도 개선’이라는 시민 편의를 위한 공약을 ‘여성 공약’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6명 후보의 성폭력, 가정폭력,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대책은 기존 정책을 ‘재탕’하는 수준에 그쳤다. 기존에 운영되던 ‘원스톱 지원센터’ 기능 강화를 약속했으나, 구체적 방법은 제시하지 않았다. 상담, 의료, 법률, 심리 지원 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이미 지방자치단체들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정책에 불과하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기존 공약을 이어간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그 정책이 여성이 체감하는 형태의 실효성이 있었는지 평가와 진단이 보이지 않는다”며 “양당 공약 모두 너무 관성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손지민

관련 게시글